라오스 해외 교육봉사 소식(2)
라오스 해외교육봉사 ‘라온다온’을 마치며
과학교육과 변선우
인천공항의 서늘한 공기를 뒤로하고 마주한 라오스의 첫인상은 덥고 건조한 바람, 그리고 생경한 풍경이었습니다. 화면으로만 접하던 열악한 교육 환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순간, 설렘보다는 막막함이 앞섰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아이들을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은, 임용 고시를 앞둔 예비 교사로서 지금까지 준비해 온 그 어떤 전공 서적의 무게보다도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라온다온’ 팀원 20명과 함께 한국에서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수업을 설계하고 실험 기구를 챙겼지만, 현지의 변수와 아이들의 반응을 완벽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했기에 긴장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즐거운 일이 다 온다’는 팀명의 의미처럼, 아이들을 만난다는 설렘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나아갈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교과서 너머의 진짜 세상을 배우기 위해 라오스에서의 첫 문을 열었습니다.
라오스에서의 첫 2주는 수파누봉 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과 함께했습니다. 한국어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기에 서툰 발음으로 건네오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한마디는 낯선 땅에서의 긴장감을 녹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과학교육을 전공하는 저에게 이곳에서의 수업은 더욱 특별했습니다. DNA 키링 만들기나 고무동력 자동차 제작과 같은 실험 중심의 과학 수업은 이론만으로는 결코 체득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지 학생들 중 일부는 과학적 이론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나, 실험 키트나 교구를 직접 접할 기회가 없어 지식의 단편적인 부분에만 머물러 있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실제적인 체험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비록 언어는 달랐지만, 실험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환호하던 순간 우리는 ‘과학’이라는 만국 공통어를 통해 깊게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을 마친 후 팀원들과 매일 밤 서로의 수업을 복기하며 더 나은 교수법을 고민하던 그 시간들은, 제가 이미 예비 교사로서 한 단계 성장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해주었습니다.
이어진 파사티파타이 중등학교에서의 2주는 진정한 의미의 ‘도전’이었습니다. 대학생들과 달리 한국어나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어린 학생들과의 만남은 예상했던 것 이상의 혼돈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인지 수준 차이가 상당해 준비한 커리큘럼을 현장에서 즉각 수정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도 잦았습니다. 이때 힘이 되어준 이들은 앞서 제자였던 수파누봉 대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이제는 통역 봉사자로서, 즉 ‘동료 교사’의 위치에서 함께 땀 흘리는 그들을 보며 묘한 동질감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눈맞춤과 손짓, 몸짓을 총동원한 비언어적 소통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 마음의 전달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이 과학 원리를 이해했을 때 지어 보이는 해맑은 미소와 성취감에 젖은 표정은 그간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교육이란 단순히 정제된 지식을 주입하는 기술이 아니라, 장벽을 넘어서려는 열정과 학생을 향한 진심 어린 사랑 그 자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치열했던 평일의 수업 뒤에 찾아온 주말의 문화 체험은 라오스라는 나라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루앙프라방의 야시장부터 쾅시 폭포의 에메랄드빛 물줄기, 방비엥의 역동적인 자연과 비엔티안의 웅장한 사원들까지, 이 여정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의 자라온 환경과 문화를 몸소 느끼며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명예 라오인’을 주제로 했던 패션쇼와 같은 소소한 추억들은 라오스를 제2의 고향처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이해가 뒷받침되었을 때 비로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가능함을 배웠습니다. 내가 라오스에서 얻어온 것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타인과 세상을 대하는 겸손하고도 따뜻한 시선이었습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짐을 싸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아쉬움의 크기에 비하면 턱없이 짧았습니다. 함께 고생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황인수 단장님, 최성만 선생님, 김미진 선생님, 그리고 우리 ‘라온다온’ 팀원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스칩니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이 여정을 함께 완주해 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저는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해외교육봉사는 저에게 단순한 대외활동 이상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사범대생으로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방법론적인 고민을 안고 떠났던 저는, 오히려 '왜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던 아이들의 눈망울은 교사라는 직업이 가진 숭고한 가치를 일깨워주었습니다.
학우 여러분, 책상 위에서 배우는 전공 서적의 한 줄보다,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과 부딪히며 느끼는 '현장의 온도'가 여러분을 더 큰 교육자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언어의 장벽보다 높은 것은 우리가 스스로 쳐 놓은 마음의 장벽일지도 모릅니다. 라오스의 붉은 흙 먼지 속에 심어두고 온 저의 진심이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 자라나듯, 여러분도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며 자신만의 교육적 가치를 발견하시길 진심으로 권합니다. 라오스에서의 기억은 제 교직 생활의 영원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저는 이제 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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